스피커 케이블을 고를 때 가장 헷갈리는 건 “종류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굵기(AWG), 재질(OFC·OCC·CCA), 외피(PVC·LSZH), 모양(플랫·라운드), 구조(연선·솔리드)까지 선택지가 끝이 없죠. 저도 첫 전세집 거실에서 리어 스피커를 깔면서 십여 가지를 샀다가 반은 되팔았습니다. 결국 “공간·길이·예산·시공 난이도” 네 가지로 기준을 정했더니 선택이 쉬워졌습니다. 아래는 제가 실제로 써 본 조합과 실수담을 바탕으로, 거실과 작은방에서 딱 맞는 스피커 케이블 종류 및 재질을 정리한 글입니다.
1) OFC·OCC·CCA 재질별 차이와 어디에 쓰면 좋은지
- OFC(무산소동): 가장 무난합니다. 도체 저항이 낮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2~15m 대부분 상황에 적합합니다. 저는 거실 9m 배선에 16AWG OFC를 쓰고, 프런트 채널은 14AWG OFC로 여유를 줍니다.
- OCC(단결정동): 하이파이 동호회에서 많이 언급되지만, 현실적으로 2~3m의 근거리, 작은방 북셀프 세팅에서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길이가 길어지면 굵기 차이가 더 체감됩니다. 예산이 넉넉하고 짧은 길이일 때만 추천합니다.
- CCA(동도금 알루미늄): 가볍고 싸지만, 같은 굵기 표기라도 저항이 높습니다. 저는 리어 서라운드 5m 이하, 볼륨을 크게 올리지 않는 환경에서만 보조적으로 써봤고, 결국 OFC로 교체했습니다. 장거리에는 비추천입니다.
실전 결론: 10m 넘는 거실은 14AWG OFC 이상, 3m 내 작은방은 16~18AWG OFC면 충분했습니다. OCC는 “짧고 집중하는 음악 감상”에서만 의미가 있었고, CCA는 임시 세팅 정도로 한정했습니다.
2) 플랫형 vs 라운드형: 문틀·걸레받이·카펫 아래 숨김 기준
- 플랫형: 문틀 사이, 걸레받이 상단, 카펫 아래 숨기기 좋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쓰는 조합은 “플랫 16AWG OFC + 저잔사 양면테이프”. 문과 문틀 틈 통과도 수월하고, 벽면을 따라 붙여도 그림자선에 잘 숨습니다. 다만 과한 꺾임에는 약하므로 코너에서 완만하게 돌려야 합니다.
- 라운드형: 기계적 강도가 좋아 복도나 발길 잦은 구간에서 안전합니다. 케이블 브리지(바닥 덮개)와 함께 쓰면 더 튼튼합니다. 라운드는 커넥터 작업(바나나·스페이드)도 쉬워 데스크톱 근거리 세팅에 자주 사용합니다.
실수담: 한 번은 플랫 케이블을 문 하단 고무 패킹 아래로 지나가게 했다가 문짝 압착으로 피복이 눌렸습니다. 그 후로는 문틀 측면 라인만 사용합니다. 숨김은 플랫이 최고, 내구성은 라운드가 편했습니다.
3) 차폐형(Shielded) vs 비차폐: 전기선 근처 배선 시 선택법
스피커 신호는 라인 레벨보다 전압·전류가 커서 잡음에 비교적 강합니다. 그래서 일반 가정에서는 비차폐 케이블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다음 상황에서는 차폐형이 유리했습니다.
- 전원 멀티탭, 어댑터들이 몰린 TV 뒤를 길게 통과할 때
- 전등 스위치 박스나 전원 배관과 평행하게 2m 이상 붙어 달릴 때
- PC 파워서플라이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날 때
저는 TV 뒤 1.5m 구간에서만 얇은 차폐형을 쓰고, 나머지는 일반 OFC로 연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험 노이즈(윙~)가 사라졌고, 비용도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팁 하나: 전기선과는 5cm 이상 간격, 교차는 90도로 짧게 지나가면 비차폐만으로도 조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4) LSZH vs PVC 외피: 벽매립·전선관·안전 규정 체크
- PVC: 대부분의 시중 케이블이 PVC 외피입니다. 유연하고 가격이 저렴해 노출 배선에 적합합니다.
- LSZH(저연·무할로겐): 화재 시 연기와 유해물질이 적게 나오는 외피로, 벽 매립이나 전선관 통과에 권장됩니다. 저는 아파트 전선관에 스피커선을 통과시킬 때 LSZH를 선택했고, 관리사무소 확인도 받았습니다.
실전 팁: 전선관 내경을 먼저 재고, 케이블 외경을 확인하세요. 2심 14AWG LSZH 케이블은 의외로 굵습니다. 저는 처음에 외경 확인을 놓쳐 중간에서 걸렸고, 결국 16AWG로 변경해 통과에 성공했습니다. 실내 노출이라면 PVC로도 충분하지만, 매립·관통이라면 LSZH를 고려해 주세요.
5) 멀티스트랜드(연선) vs 솔리드코어: 짧은 책상 세팅과 장거리 거실
- 멀티스트랜드(연선): 가닥 수가 많아 유연하고, 반복 굴곡에 강합니다. 바나나 플러그 체결도 수월합니다. 저는 거실 장거리, 문틀·코너를 많이 지나는 동선에 연선을 씁니다.
- 솔리드코어: 한 가닥이 굵게 가는 구조라 정리하기 쉬워 데스크톱 근거리(2m 내)에서 깔끔합니다. 다만 굴곡이 반복되면 금속 피로가 생기고, 스피커 단자에 여러 번 탈착할 때 불편합니다.
자주 듣는 질문 “연선이 고역이 부드럽다, 솔리드는 어쩌다” 같은 표현은 체감 편차가 큽니다. 제 귀로는 길이나 굵기, 접점 상태가 더 큰 변수였습니다. 작은방 2m 세팅에서 솔리드를 써봤지만, 케이블 정리 깔끔함 말고는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장거리·굴곡 많으면 연선이 답이었습니다.
6) 완제품(프리메이드) vs 벌크 케이블 + 플러그 자작
- 완제품: 길이·플러그(바나나/스페이드)가 미리 달려 있어 간편합니다. 처음 세팅하거나 선 길이가 확정된 경우에 좋습니다. 저는 부모님 댁 TV+사운드박스 보강에 3m 완제품을 써서 10분 만에 끝냈습니다.
- 벌크 + 자작: 길이 재단 자유, 같은 예산으로 더 좋은 재질·굵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바나나 플러그는 나사 고정형을 추천합니다. 저는 14AWG OFC 벌크 케이블과 플러그 4개로 10m 세트를 약 3만 원대에 만들었습니다.
자작 팁: 피복 벗김은 8~10mm, 가닥을 꼬아 산개를 막고, 접점은 이물질 없이 깨끗하게. 좌우 케이블 길이는 반드시 동일하게 맞추세요. 한 번은 좌우가 30cm 차이 났는데, 배선 정리에서 루프가 생겨 보기가 안 좋고, 스탠드 배치도 틀어졌습니다.
마무리로 제 선택 가이드를 한 줄씩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거실 8~12m: 14AWG OFC 라운드, 전원가 가까운 구간만 차폐. 작은방 2~3m: 16~18AWG OFC, 책상 뒤 정리 깔끔하게. 문틀·걸레받이 숨김: 플랫 OFC + 저잔사 테이프. 벽 매립·전선관: LSZH 규격 먼저 확인. 예산을 올릴 거라면 굵기와 시공이 우선, 재질 업그레이드는 그다음입니다. 저도 이 기준으로 정리한 후에는 되팔 일 없었고, 배선 실패도 줄었습니다. 결국 좋은 소리는 “맞는 종류를 맞는 자리에” 놓을 때 꾸준히 따라옵니다.